나는 괴산 과학관과 산막이 옛길을 다녀왔다.그 날은 비가 왔었고,만약 비가 더 많이 왔더라면 산막이 옛길을 가지 못 할 뻔 하였다.먼저 간 과학관에서는 컵을 하나 만들었다.선생님께서 주신 컵은 우리가 그 동안 봤던 컵과 달랐다.반짝반짝 윤이 나지도 않고 맨질맨질하지도 않았으며 무늬도 없었다.아직 다 구워지지 않은 상태라 그렇다고 하셨다.우리는 제일 먼저 그 컵에 물을 주었다.아주 살짝 묻히면 된다고 하셨는데,뭔가 부족한 거 같아 두 번씩이나 물에 닿게 했더니 컵의 밑부분이 빨간 색이 돌았다.하얗던 컵이 분홍빛이 돌았다.나는 당황한 채로 우리 조 아이들에게 갔다.그런데 거기서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.우리 조 아이들의 컵은 나보다 더 심한 상태였다.물을 얼마나 칠한 건지 빨간 색이 도는게 아니라 아예 빨개졌었다.열이 나는 듯 보일 정도였다.선생님은 우리 조로 오셔서 이 조는 다 물을 너무 많이 주었다며 깨질지도 모른다고 하셨다.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.우리 조 아이들은 컵이 깨진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작별 인사를 건냈지만,컵 만드는 과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.우리는 곧 깨질지도 모른다는 그 컵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.돌을 갈아넣은 물감이라고 하셨던가?그 물감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니고 꼭 흔들어서 아래에 가라앉은 가루들을 잘 섞어 이용해야 한다고 하셨다.그렇게 그림 그리기가 시작되었으나 우리는 멈칫했다.뭔가 잘 만들어보고는 싶은데 딱히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 때문이었다.그것을 보신 선생님께서 생각이 나지 않으면 원을 몇 개 그려놓고 이따 선생님에게 찾아오라고 하셨다.우리는 컵 표면에 원을 그렸다.그리고 그 밑에 일자를 귿고 가지를 그렸다.처음에는 그게 나무일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.풍선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.그 원 하나하나에 특별한 붓으로 점을 찍고,또 다른 색으로 찍고 하다보니 잎이 무성한 나무와 비슷한 모양새가 나왔지만 여전히 나무는 아니었다.가지 부분에 갈색까지 그리고나니 조금은 나무다웠다.그로부터 몇 개월.내가 받은 컵에는 멋진 나무가 그려져있다.가마에 들어가 연필 자국이 지워지면서 아주 멋진 나무가 되었다.그 컵은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.여튼,그 후에 우리는 산막이 옛길로 향했다.그 곳에서 점심을 먹고,산을 올랐다.거의 시작점 쯤에 소원을 써서 거는 곳이 나온다.작은 나무 팻말에 소원을 적어 달아놓았다.그 팻말이 아직 있을 지는 모르지만 그 덕에 일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아닌지 지금에서야 생각해본다.소원 팻말까지 걸어놓고 본격적으로 산을 올랐다.신기한 돌들,다양한 나무들,멋진 호수 등 휴식에 딱 맞는 멋진 곳이었다.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다리를 후들거리게 했던 구름다리이다.길이가 그렇게 긴 건 아니었지만 발 바로 밑이 텅 비어있다는 느낌에 겁이 덜컥 났다.그러나 그냥 가면 왠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.나는 바로 그곳에 올랐고 천천히지만 결국엔 그 다리를 다 건넜다.어찌나 떨리던지.그러다가 점점 지쳐갈 때 쯤에 앉은뱅이 약수터에 도착했다.그 약숫물을 마시고 앉은뱅이가 일어서게 됬다나?그런 일화가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.마침 딱 힘들 쯤에 약수터가 나와줘서 그 물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.그 곳에 약수터를 놓은 건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.정말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하여 산막이 옛길을 끝까지 왕복하지는 못했다.더 가면 분명 더 좋은 것들이 나왔을 텐데 가보지 못 했던 것이 지금까지도 아쉽다.힘들기도 힘들었지만 그 만큼 멋진 광경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.우리 동네와 가까운 곳에 상당산성이 있는데 그 곳의 느낌가는 사뭇 달랐다.뭔가 더 볼거리가 많았단 느낌이 든다.그래서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.내 핸드폰 속에는 아직도 그 때의 사진들이 가득하다.컵을 만들 일도,산막이 옛길을 다녀온 일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고 재밌기까지 했던 좋은 추억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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